雪夜 설야(雪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무수한 원망(怨望)을 비집고 말없이 쌓여갑니다. 천수관음(千手觀音)의 자비로운 손들이 지쳐 쓰러지는 속세(俗世)의 우인(愚人)들을 어루만지듯이...... 얼어붙은 도로(道路)를 뚫고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 기억(記憶)들이 솟아오릅니다. 타이어에 짓밟힌 가녀란 손들.. 나의 창작시 2008.04.19
늪의 절규 늪의 절규(絶叫) 쓰라린 가슴을 안고 그늘진 습지(濕地)를 거니노라면 황홀(恍惚)한 야음(夜陰)의 휘장(揮帳) 속에서 여인(女人)의 나신(裸身)이 가물거린다. 내리치는 바람의 암울(暗鬱)한 미소(微笑)는 쓰러진 고목(枯木) 앞을 스치듯 지나가는데... 휘날리는 먼지 속의 어두운 냄새는 늪에서 자란 유혹.. 나의 창작시 2008.04.19
그대 그리고 바람 그대 그리고 바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어 그대 곁에 언제나 머물고 싶었습니다. 봄날에 다가오는 싱그러운 소식으로, 뜨거운 오후 햇살아래 시원하게 불어오는 향기(香氣)가 되어,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지나가는 세월(歲月)을 애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추운 겨울 땅속 깊은 곳에서 .. 나의 창작시 2008.04.19
내 삶의 가을 속에서 내 삶의 가을 속에서 가을이 오면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어선지 몇 해나 지났는지 헤아려 본다. 그러다 보면 내 삶에 이정표(里程標)가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 있으리라. 가을이 오면 지나는 길가에서 들려오는 샹송 한곡에도 마음 한 곳 떨림이 온다. 기억(記憶)마저 가물거리는 옛 추억(追憶)을 되 내.. 나의 창작시 2008.04.19
계룡 갑사에서 鷄龍 甲寺에서... 가을 햇살이 여름의 습한 대지(大地)에 비춰지면서 암중(暗中)의 흑심(黑心)은 사라져 가고, 계곡(溪谷)의 물줄기는 단풍(丹楓)의 시작(始作)을 알려주듯 조심스럽게 소리를 낸다. 지나는 행인(行人)의 뜻 모를 애기가 메아리 마냥 산중(山中)에 퍼져 나갈 때 폐부(肺腑)를 쥐어짜는 고.. 나의 창작시 2008.04.19
꽃으로라도 그대를 지키리라 꽃으로라도 그대를 지키리라 늘 다니는 산길에서 나는 그대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계절(季節)에 따라 그대는 꽃으로 내게 손짓을 합니다. 봄에는 검붉은 철쭉꽃부터 한겨울 홀로 피워있는 매화꽃까지 이 세상(世上) 모든 꽃이라는 이름으로 태워나 언제나 내 곁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혹시라도 내.. 나의 창작시 2008.04.19
진주성에서 진주성(晋州城)에서 아직은 후덥지근한 시월(十月)의 새벽공기가 자동차 소음(騷音)에 흩뿌려지고, 말없이 흐르는 남강의 시간(時間)들은 네온의 불빛에 반사되고 있다. 잊었던 추억(追憶)들이 성벽(城壁)의 돌담 사이로 여명(黎明)과 함께 비집고 들어온다. 새벽이슬에 젖은 검고 푸른 물결은 언젠가 .. 나의 창작시 2008.04.19
그리움 그리움 내리는 빗줄기를 품에 안고서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 봅니다.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건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은 도대체 누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오실 길 없는 그대를 먼 산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중년(中年)의 사내를 보며 해질녘에 다가오는 달.. 나의 창작시 2008.04.18
풋사랑 풋사랑 한 여름 내내 벌과 나비가 수 없이 찾아들건만 영글지 않은 과일의 향기(香氣)는 그들을 품에 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의 향기(香氣)는 젖비린내일 뿐이니까요. 수 없는 유혹(誘惑)의 손짓에 그대의 치마는 붉게 물들었습니다만 아직은 덜 익은 풋과일이랍니다. 태양의 뜨거운 애무(愛撫)와 .. 나의 창작시 2008.04.18
別離2 별리(別離)Ⅱ 잊어라 하시면 잊어야겠죠. 한 줌 흩날리는 추억(追憶)일지라도 그대가 허락(許諾)치 않으신다면 심중(深重)에 담아 둘 이유가 없겠죠. 잊어라 하시면 잊어야겠죠. 어쩌다 바람결에 날려 온 체취(體臭)일지라도 그대가 허락(許諾)치 않으신다면 뼈마디 마디마다 새겨둘 이유가 없겠죠. 잊.. 나의 창작시 200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