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야 할 길
휘몰아치는 강풍(强風)이
밤새 창문을 때리는구나.
내리는 빗줄기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를 거쳐
심연(深淵)의 바다로 사라진다.
내가 디디고 선 이 땅이
허공(虛空)인지 수렁인지
도대체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어젯밤 꿈속에서
지난 십 수 년 간 보이지 않던 그 분을 만났다.
신변(身邊)의 위험(危險)을 경고(警告)하러 오신걸까?
무언가 내 주변(周邊)에
또 다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豫感)이
오늘 하루 마음을 진정(鎭靜)시키질 못하고 있었다.
만개한 봄꽃들을 바라보며
떨어져 비참해진 몰골(歿骨)을 떠올리는 건 무슨 이유인가?
그저 지금의 모습 그대로 느끼면 될 것을......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時間)을 보내는
내 삶에서
봄의 향취(香臭)는 사치(奢侈)일 뿐인가?
언젠가 가야 할 길이면
이제 다 놓아 버리고 그만 쉬고 싶다.
그 길을.....
그 분의 부름에 따라 나서고 싶다.
진달래꽃, 목련꽃, 개나리꽃, 매꽃, 벚꽃.....
이름모를 꽃들 만개(滿開)한 봄날에
한적(閑寂)한 정자(亭子)에 누워
아픔도 기쁨도 없는 심연(深淵)의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사랑아!
내 지겹고 힘든 삶이여!
봄날에 불어오는 강풍(强風)에 실려 전부 사라져버려라!
흔적(痕迹)도 없이 날아가 버려라!
그리하여 두 번 다시 세상에 나오지 말거라.
지금 나는
언젠가 가야 할 길을 준비(準備)하려니......
2012年04月05日 黃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