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향기(香氣)
봄비 내리는 창가에
매화꽃이 피워나네.
촉촉이 젖은 운동장 잔디는
어젯밤 꿈에서 본
여인의 치마폭마냥 싱그럽구나.
니즈막이 나리는 빗방울에
이름 모를 산새들이
흥에 겨운 듯 즐거이 지저긴다네.
만물(萬物)이 새로운 소식에
들떠있건만
왜 아직도 내 마음은 춥기만 한가?
오늘은
지인(知人)의 문상(問喪)을 하러
먼 길을 나서야 하는데
발걸음은 또 왜 이리 무겁기만 한지.....
아서라!
이 좋은 봄날에
무에 그리 걱정이 대수이련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싱그로운 봄기운을 만끽하자구나.
여인아!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술잔 가득
화주(花酒)나 실컷 부어주시게나.
마시자.
마셔보자꾸나.
시름일랑
저 멀리 떠나가는
겨울 나그네 손에 쥐어주고
자네와 나
둘이서 밤새워 취해보세나.
좋구나, 좋아!
좋구나, 좋아!
술이 좋고,
여인의 속살이 좋고,
봄날의 향기(香氣)는 더욱 좋구나.
辛卯年 四月 三日 黃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