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천상의 소리

원시인62 2010. 4. 1. 10:29

 

 

天上의 소리

 

밤새

봄비는 짙은 안개를 뚫고

대지(大地)를 적시고 있었다.

 

며칠 전

만개(滿開)한 목련꽃은

지난 밤 내린 비에

멍이 들어 시들어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꽃이 만개를 준비(準備)하고 있다.

 

서쪽 먼 나라에서는

아직도 기다리는 소식이 오질 않고,

참새들만

아침먹이를 쪼느라 분주(奔走)하구나.

 

고개 들어

먼 산을 지켜보자니

산봉우리마다 뿌연 운무(雲霧)를 휘두르고 있으니

농부(農夫)의 마음은

봄이 가기 전에 일구어야 될 전답(田畓) 걱정에

마음 가눌 곳이 없구나.

 

거닐고 있는 식구(食口)들 걱정에

머리는 점점 더 옥죄어오고,

안개에 가린 듯 보이지 않는 미래(未來)는

포도(鋪道)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마냥 어지럽기만 하다.

 

비오는 아침,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터벅터벅 시골길을 걷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어디선가 낯이 많이 익은 듯하다.

봄비에 어깨가 다 젖었는데도

전혀 움치려들지 않고

눈망울엔 불같은 의지(意志)로 가득 차 있어

범상(凡常)치 않은 사람 같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禪律)이 있어

고개 돌려 방향을 잡으니

저만치 걷든 사내는

이내 사라져

보이질 않으니

이 무슨 기이(奇異)한 현상(現想)인가?

 

내 귓가엔

천상(天上)의 선율마냥

심금(心琴)을 울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새 생명(生命)을 기뻐하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겨우내 얼어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

계곡(溪谷)에 흐르는 물소리,

대지(大地)를 적시는 비 나리는 소리,

대지(大地)가 기지개 켜는 소리,

꽃이 피고 지는 소리,

봄나물 돋아 오르는 소리,

포구(浦口)에 드나드는 뱃고동 소리,

밀물에 맞추어 먹이를 쫓는 숭어 떼 소리,

아낙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

농부(農夫)와 소(牛)가 어우러져 쟁기 끄는 소리,

...........................................................................

이 모든 형언(形言)할 수 없는 영혼(靈魂)의 소리들이

기묘(奇妙)한 음율(音律)을 타고 내 귓가에 들려온다.

 

천지인(天地人) 합일(合一)의 소리를 내가 듣고 있구나.

 

2010年04月01日 黃夕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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