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神(여신)
서산(西山)엔
붉은 해가
가뿐 숨을 몰아내는데,
동녘
나즈마한
언덕 위에는
무에 그리 급했든지
화장(化粧)도 하지 않은
얼굴을 내밀고 말았는가.
세상(世相)은
아직
그녀의
저녁 가운을
준비하질 못하였건만......
내
가늘고
여린 눈은
너무나 야위어
아직도
마음에 새기질 못하는구나.
심중(深重)엔
눈물이 흐르고
귓가엔
여인의 웃음소리만 들려온다.
차츰
그녀의 우유빛 살결이
달아오르고
세상(世相)은
그녀에게
준비된 선물(膳物)을 바치나니......
아!
나의 두 눈은
아직
그녀를
각인(刻印)치 못하였건만
불덩이 같은 몸둥이는
모조리
녹아내리고 마는구나.
붉은 피
뚝뚝 흘러내리는
서산(西山)의 기억(記憶)들이여!
내 적막(寂寞)함을 원망(怨望)하여라.
내 여린 마음을 한탄(恨歎)하여라.
辛巳年(2001年) 03月 09日 黃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