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는 너에게 말한다

원시인62 2008. 4. 18. 15:02

 

 

나는 너에게 말한다.


황사(黃砂)로

세상(世上)이

온통 희뿌연 때에

나는 너에게 말한다.

세상(世上)을

청소(淸掃)할

맑은 비 내릴 수 있도록

흰 도화지(圖畵紙)

가득

         어린아이 눈물로 적셔 보라고......


몰아쉬는

거친 호흡(呼吸)을 가다듬고

나는 너에게 말한다.

속세(俗世)에 찌던

온갖 가지 오물(汚物)들을

 털어낼 수 있도록

해우소(解憂所) 한쪽 귀퉁이에

      등불(燈佛)

          한 촉(燭) 걸어 달라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나는 너에게 말한다.

이 비

그치거든

언제나처럼 

산신각(山神閣)에 

말없이

향불을 올려달라고......


살면서 지어 온 죄

생각하자니

두려운 마음

떨칠 수 없어

나는 너에게 간절하게 말한다.

전생(前生)이던

현생(現生)이던

나로 인해 고통(苦痛) 받은

모든 것들을 위해

명부전(命簿殿) 기단(基壇) 아래

 정성(精誠)어린

시주(施主)를 올려달라고.......


비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너에게 나지막이 말해 본다.

봄날에

피어나는 철쭉꽃처럼

붉디붉은 치마를 입고

대웅전(大雄殿) 앞마당에서

 승무(僧舞)라도

        한바탕 펼쳐달라고........


바람에

실려오는

노승(老僧)의

염불(念佛)소리는

내 안에 잠재(潛在)된

마성(魔性)을 잠재우고,

불타(佛陀)의 깊은 뜻을

심취(深趣)하면서

나는 너에게 겸손(謙遜)되이 말한다.

작은 것에

만족(滿足)할 줄 아는

범부(凡夫)가 될 수 있도록

지나는 산길,

보이는

석총(石塚)마다

 작은 돌 하나

경건(敬虔)히 얹어 달라고.......

 

하늘은 높고,

구름은 만용(滿勇)한데

가진 뜻

아직 펼치지 못한

노년(老年)의 사내를

바라보면서

나는 너에게 말한다.

나 죽거든

화장(火葬)하여

어느 조그만

산사(山寺)의 뒤뜰에 뿌려주고는

훠이 훠이

             세 번만 소리 내어달라고.........


                                                            丁亥年 五月 十一日 黃 夕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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