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말한다.
황사(黃砂)로
세상(世上)이
온통 희뿌연 때에
나는 너에게 말한다.
세상(世上)을
청소(淸掃)할
맑은 비 내릴 수 있도록
흰 도화지(圖畵紙)
가득
어린아이 눈물로 적셔 보라고......
몰아쉬는
거친 호흡(呼吸)을 가다듬고
나는 너에게 말한다.
속세(俗世)에 찌던
온갖 가지 오물(汚物)들을
털어낼 수 있도록
해우소(解憂所) 한쪽 귀퉁이에
등불(燈佛)
한 촉(燭) 걸어 달라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나는 너에게 말한다.
이 비
그치거든
언제나처럼
산신각(山神閣)에
말없이
향불을 올려달라고......
살면서 지어 온 죄
생각하자니
두려운 마음
떨칠 수 없어
나는 너에게 간절하게 말한다.
전생(前生)이던
현생(現生)이던
나로 인해 고통(苦痛) 받은
모든 것들을 위해
명부전(命簿殿) 기단(基壇) 아래
정성(精誠)어린
시주(施主)를 올려달라고.......
비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너에게 나지막이 말해 본다.
봄날에
피어나는 철쭉꽃처럼
붉디붉은 치마를 입고
대웅전(大雄殿) 앞마당에서
승무(僧舞)라도
한바탕 펼쳐달라고........
바람에
실려오는
노승(老僧)의
염불(念佛)소리는
내 안에 잠재(潛在)된
마성(魔性)을 잠재우고,
불타(佛陀)의 깊은 뜻을
심취(深趣)하면서
나는 너에게 겸손(謙遜)되이 말한다.
작은 것에
만족(滿足)할 줄 아는
범부(凡夫)가 될 수 있도록
지나는 산길,
보이는
석총(石塚)마다
작은 돌 하나
경건(敬虔)히 얹어 달라고.......
하늘은 높고,
구름은 만용(滿勇)한데
가진 뜻
아직 펼치지 못한
노년(老年)의 사내를
바라보면서
나는 너에게 말한다.
나 죽거든
화장(火葬)하여
어느 조그만
산사(山寺)의 뒤뜰에 뿌려주고는
훠이 훠이
세 번만 소리 내어달라고.........
丁亥年 五月 十一日 黃 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