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해 여름

원시인62 2008. 4. 18. 14:38

 

 

그해 여름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당당한 모습의 가면(假面)을 쓰고,

속으로는 두려움에 떠는

위선자(僞善者)의 삶을

살아온 내게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느끼면서부터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세월(歲月)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는 님도

편백나무 향기(香氣)를 타고 떠나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무너져가는 기와집 마루에는

아직도 

그녀의 노래 소리가 남아 있습니다.

나만을 위해

불려주던 나지막한 음율(音律)은

언제나 

내 귓가에 울려 퍼집니다.

그대가 애기하던

만어사(滿魚寺)의 종소리처럼......


내게 있어

마지막이 될

올해 여름은

그대를 만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젊은 날의 추억(追憶)을 더듬어 봅니다.


혹시나  그대가

아직 나를 잊지 않고 기다린다면,

혹시나  그대가

아직 물고기 조약돌을 가지고 있다면,

혹시나  그대가

편백나무 향기(香氣)를 지니고 있다면

나는

그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나는

그대가 좋아하던

 오래된 팝송을 듣고 있습니다.

언제나 

꿈속에서

그대가 그토록 좋아하던 팝송을 들으며

오랫동안

말없이 그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그해 여름

빗줄기처럼 하염없이 흘러내리더이다.


그대를 지키지 못한

나의 비겁함이

젊은 날의 내 삶을 온통 가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대를

애타게 찾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삶의 커턴을

그대만이 거둘 수 있기에.....


오늘 아침,

창가에

편백나무 향기(香氣)를 타고

그대의 소식(消息)이 찾아왔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어

마지막 힘을 다해

그대를 찾아 갑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내 절규(絶叫)가

가슴을 뚫고

목구멍을 서물거리더니만

결국엔 

붉은 꽃으로 피어 터지더이다.

그래도......

가슴을 움켜지고 그대를 찾아갑니다.


지금 

그대가 심어놓은

편백나무 아래에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그대는

마지막까지

 나를 잊지 않았더군요.

그대가

남겨 놓은 유품(遺品)에서

우리의 사랑이 담긴

 물고기 조약돌을 보았습니다.

내 눈물과 그대의 그리움이

 바다가 되어

우리의 물고기를

이제

보내려 합니다.

꿈틀거리며 헤엄쳐 가는

 우리의 사랑은

 용왕(龍王)의 곁으로 가겠지요.....


이제 

그대를 맞으러

 나도

이생(以生)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여!

그해 여름,

내 비겁함을

 부디 용서(容恕)하소서.....


그대 곁에서

 이제

 영원히 함께 하려니

젊은 날

 우리의 모습이 되어

 그대를 맞으러 가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Yesterday, when I was young......"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온 생(生)은

 그대만을 사랑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내게

죽음이

스승이 되어 가르쳐줍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丁亥年 二月 十五日 저녁에 黃 夕霞

                                    “그해 여름”이라는 영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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