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鶴圖
그리움에도 이유(理由)가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정리(整理)하지 못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數十 年) 전(前)에
한 촌부(村夫)가 주고 간
배경(背景) 없는 백학도(百鶴圖)에서
학(鶴) 울음소리 들리는 날
그리운 이가 올 것이라고 하는 말을 굳게 믿었다.
세월(歲月)이 지나면서
자신(自身)도 모르는 슬픔이
자꾸만 커져 가는 까닭을
의심(疑心) 많은 도시인(都市人)이 어이 알려만은......
믿는 이의 가슴 속에서만
들리는 울음소리를
왜 나는 미처 깨달지 못했던고?
나이 들어 눈앞이 뿌연
지금에야
아파트 한쪽 벽(壁)에
걸려 있는 그림 속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청아(淸雅)한 소리는
젊은 날,
의심(疑心) 많던 무지(無知)를 꾸짖고 있다네.
아!
촌부(村夫)의 심중(心中)을 알려고 하니
나 또한
촌부(村夫)가 다 되어 있었네........
기다림에는 이유(理由)가 있다.
누군가를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가슴속 깊은 곳에
풀지 못한 회한(悔恨)이 있기 때문이다.
丙戌年 十二月二十六日 黃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