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
외로운 가슴을 억눌러 가며
바람이 잠든 고개를 지날 즈음에
석총(石塚) 앞에 서 있는
어두운 형체(形體)가 있어
다가서 말 건네려 할 때에
나는
또 다른 나를 보고 말았네.
눈 있어 보고 있는가?
귀 있어 듣고 있는가?
입 있어 말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다보는 그가
왜 이다지도 서글퍼 보이는가?
내 비굴(卑屈)한 얼굴이 저리 생겼었구나...
내 욕망(慾望)의 덩어리가 저리 생겼었구나...
검푸른 하늘을 보며
눈물로 빚어낸 술로 위안(慰安)을 삼으니
살아 온 기억(記憶)들이 코끝을 찌르는구나.
2007年12月12日 黃夕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