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독존

불법과 섹스

원시인62 2010. 4. 13. 13:34

불법과 섹스

 

석가모니는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는 자이고, 나를 보는 자는 법을 보는 자이다'라고 말했다. 그 법의 실체는 연기법이라는데 이론이 없는데, 연기는 크게 외연기와 내연기로 분류된다.

 

‘외연기’는 사물간의 작용 현상이지만, ‘내연기’는 십이지연기로서 번뇌에 의한 육체적 탄생을 설명하는 것이다. 석가가 본성적 자아로 부터 개체적 자아, 즉 육체탄생의 과정인 “순관”육체탄생의 고리를 끊고 본래적 자아로 환원하는 “역관”두 가지 메커니즘을 마스터하고, 윤회로부터 해탈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불교의 교리이다.

 

인간의 육체탄생은 개아적인 번뇌와 무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불교에서는 붓다와 같은 본성적 존재와 윤회하는 중생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 가운데 드라마나 영화보다, 현실세계의 경제나 조직논리에 따라 현실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현실적 삶을 버리고, 연극이나, 배우가 되는 가상적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붓다가 실현한 깨달음도 자기본성을 잃고 개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영원치 않고, 고통스럽다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불교에서 섹스를 부정하거나, 억제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붓다는 사회적으로 남의 아내를 넘보지 말라는 원칙을 말했을 뿐, 섹스자체를 죄악시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탈을 원하는 수행자의 경우에는, 개아적 욕망이 육체적 재탄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문제는 달라진다.

 

불교는 섹스 자체에 재탄생의 원인인 개아적 번뇌가 개입되어 있을 경우에 그 번뇌, 자체를 문제 삼는 입장이며, 실제 번뇌 없이 섹스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붓다는 출가주의를 주장하게 되었다.

 

대승불교 시대의 용수보살(A.D.250-350)은 인간이 지혜에 의해 열반에 도달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공성에 의한 해석만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낮은 단계이며, 세간법 자체에서 열반을 실현한다는 것이 실제 깊은 이치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식의 완성자인 세친보살도 생사가 곧 열반이라는 말을 했다. 두 논사가 말한 세간법이나, 생사에는 당연히 인간의 육체나, 감각, 성적인 영역도 존재한다. 중국의 위산선사가 수행자는 마땅히 오온의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은 인간의 육체와 사회적 현실을 떠나서 진리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밀교시대(7세기)가 되면 불교의 수행법에 대승불교시대에 쌓인 종교적 기름때를 모두 빼고, 가장 현실적인 불교수행을 지향하게 된다. 가사를 걸치고, 금불상 앞에 앉아 신자들의 공양을 받던 불교교단의 종교적 껍질을 벗고, 그들은 교단 밖으로 나와 인간의 현실 자체를 직시하고 인간의 육체, 오감, 섹스, 심지어 분비물 까지도 진리의 세계라는 것을 의식화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들이란 바로 후기시대 밀교수행자인 ‘딴뜨리까’들이다.

 

불교사의 극적인 전환은 크게 두 번 있었다.

 

첫째는 근본불교로 부터 대승불교의 탄생이며, 두 번째는 대승불교 가운데 밀교의 성립이다. 불교의 종교적 요소가 극대화된 것이 대승불교라면, 대승불교에서 종교적 요소를 제거시킨 것이 밀교이다. 때문에 밀교는 인간의 섹스 자체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밀교는 섹스 자체에 개입되어 있는 인간의 번뇌를 다루는 것이지, 섹스 자체가 도구가 되어, 그로부터 해탈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힌두교 샤크티파의 이론이다. 샤크티파는 좌도 힌두교로 불리우는데, 밀교는 '비밀불교'의 약어이다. 어떤 이는 좌도밀교라는 말을 빈번히 쓰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불교적 시각으로 인간의 성은, 그 자체로 법성, 즉 진리의 성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수행과 관련해 성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수행관점이 후기밀교, 즉 불교‘딴뜨리까’들이 시도했던 수행관이며, 이들은 인간이 섹스에 개입된 번뇌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해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9세기에 가면 ‘딴뜨리까’들의 수행이론은 교리적으로 면밀하게 검토되는데, 그들은 모두

대승불교 후기중관파의 학장들이었다. 그래서 후기 대승불교 시대에는 위대한 논사들이 실천적으로는 밀교를 수행한 분들을 다수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교는 인간의 번뇌해결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실질적인 섹스가 아닌 의식화된 관상법에 의해, 철저히 교학적 기초가 탄탄한 제자들에게 비밀히 수행되었다.

그래서 밀교, 즉 ‘딴뜨리까’들은 성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운 다양한 삼매의 기술들을 비밀히 전수하고 있는데 현재에는 오직 티벳불교만이 그러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번뇌와 생사의 현실을 진리의 세계로 관조하고, 인간의 성 마저도 법성으로 본다는 논리는 초보자에게 위험할 수 있으나, 원점으로 돌아가면 그것은 석가모니가 설했던 연기설의 또 다른 시대적 전개라 말할 수 있으며, 연기의 근본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때문에 밀교는 철저히 자격 있는 제자에게만 전수되고, 현재 티벳불교도 교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제자에게만 밀교를 전수한다.

 

섹스자체의 본질은 죄가 없으며, 윤회의 원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섹스는 생명탄생의 고귀한 매체가 되지만, 전문적인 수행자들에게 섹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번뇌가 개입되어 있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인간이 섹스에 탐착함으로써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인격의 가치를 무시한 사회적 타락을 조장한다면, 그것은 분명 불교식의 죄를 범하는 것이다. 섹스는 성숙한 자아와 온전한 가정, 이타와 공존이 바탕이 된 사회에서 가장 건강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불교수행자에게 있어, 성적인 번뇌는 최후까지 뿌리 뽑기 힘든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탄탄한 교학과 수행이론을 쌓고, 덕 높은 스승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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